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저 한강 작가의 책이라서 집었다. 읽다보니 제주 4.3사건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사실 제주 4.3사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강작가 소설에서 느껴지던 인간과 인간이 아닌것을, 생명과 생명이 아닌것을 가르는 그 어떤 지점과 그 지점에서 느껴지는 고통들에 대한 얘기였고, 그리고 더 나아가 기억과 추억에 대한 얘기였다.
주인공 친구의 사고, 끊어진 손가락을 이어놓고 그 예민하고 날카로운 신경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선 3분마다 주삿바늘로 찔러 피를 내야한다고 한다.
가벼운 눈도 무게가 있고 가벼운 새도 목숨이 있다. 그 가벼운 것들도 뭔가가 바뀐다. 바뀌는 그 불분명한 지점을 경험하기 위해 살아있는 사람은 자꾸만 죽음을 경험하고 죽은 사람은 살아있는 공간에 등장한다. 그 사이에 있겠다는 의지가 ‘작별하지 않는다.’이고, 그 사이에 있게하는 원동력은 기억과 추억, 사랑이다. 한번 바뀌면 절대 되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의 순간, 그 순간엔 분명한 고통이 있음에도. 손가락이 끊어져도 신경을 잇기 위해 고통이 수반됨에도, 그럼에도 계속해서 그 불덩이에 뛰어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