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사랑의 미래
김연덕
깨지기 쉬운 시의 언어로 조각한 겁 없고 단순한 사랑의 얼굴 2018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연덕 시인의 첫 시집 『재와 사랑의 미래』가 민음의 시 283번으로 출간되었다. 김연덕 시인은 데뷔 이후 줄곧 사랑을 향한 시를 쓰는 일에 몰두해 왔다. “쓰는 자리와 사랑하는 자리가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랑은 언제나 시보다 환하거나 어둡다.”라고 쓴 데뷔 소감에서 사랑이 그의 시의 동력임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사랑의 얼굴을 정확히 포착하는 시를 쓰고자 하는 욕망과는 달리 사랑의 실체는 언어로부터 자꾸만 달아난다. 김연덕의 시는 욕망과 현실의 간극으로부터 출발한다. 시인은 숱한 실패에도 사랑의 시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유리 공예를 하는 사람처럼 신중한 태도로 사랑을 쓴다. 이 느리고 세밀한 시도들은 날카롭게 벼린 언어로 나타나기도 하고, 시인이 직접 그린 그 림으로 삽입되기도 하며, 순간의 빛을 포착한 흑백 사진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번 시집은 사랑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기 위한 모든 시도들의 총합이다. 실패할 것임을 이미 알고 시작한 시도들은 그 자체로 감동과 위안이 된다. 시집을 덮은 뒤 우리는 저마다 다른 형태일 사랑의 모호한 얼굴들을 가만히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
(이)가 주로 이 책을 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