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 (윤이형 소설)

윤이형

이해하고 싶었어, 너의 그 단호함을, 너의 편협함까지도. 제5회, 제6회 젊은작가상, 제5회 문지문학상, 201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윤이형의 소설 『붕대 감기』. 소수자의 감각과 서사에 끈기 있게 천착해온 저자의 자각과 다짐의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로서,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복잡하고 내밀한 감정들을 첨예한 문제의식과 섬세한 문체로 묘파하며 저자가 현재 몰두하는 여성 서사라는 화두를 가장 적실하게 그려 보인 작품 가운데 하나다. 소설에서는 계층, 학력, 나이, 직업 등이 모두 다른 다양한 여성들의 개별적인 서사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불법촬영 동영상 피해자였던 친구를 보고도 도움을 주지 못했던 미용사 지현, 영화 홍보기획사에 다니는 워킹맘이자 의식불명에 빠진 아들 서균을 둔 은정, 그런 서균과 한반인 딸 율아의 엄마 진경, 진경의 절친한 친구이자 출판기획자인 세연 등 바톤터치를 하듯 연결되는 이들 각자의 사연은 개인의 상처에서 나아가 사각지대에 자리한 우리 사회의 환부에까지 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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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즈음의 내가 읽었더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지는 책. 많은 인물들 중에서도 형은과 채이의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목소리 밖 사람들이 밉게만 느껴졌던 날도 모종의 부채감에 괴로웠던 날도 세상을 선명히 보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날도 모두 나의 날이었으니. ▽책갈피 144p "형은은 채이의 무심함과 종종 비합리로 흘러가버리는 낙관주의를, 아무나 함부로 믿어버리는 순진함을 종종 지적했다. 채이는 형은에게, 갑작스럽게 분노를 폭발시키며 말을 함부로 하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에둘러 타일렀다." 145p "채이는 형은에게서 자신에게는 없는 민감한 마음을 보았고 어렵지만 그 마음이 되어보려고 노력했다. 형은은 채이를 보며 사람들의 실수를 눈감아주는 일을 조금씩 연습했다." 146p "우리는 서로의 대립항이 되기 위해서 이 공부를 시작한 게 아니잖아. 우리가 가진 공통점은 왜 중요하지 않아? - 공통점도 많지. 하지만 언니, 자원이 부족한 거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너무 거지 같은 걸 어떻게 해? 지금은 모두가 풍족해질 만큼 힘을 나눠 가질 수가 없어. 덜 가진 쪽은 더 가진 쪽을 보면 화가 나기 마련이야." 147p "아무리 어렵고 어색하더라도 서로를 마주 보고, 이름을 말하고, 자기소개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어떻게 그런 것들을 나눠 갖기 시작할 수 있을까, 채이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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