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죽음과 비슷하게 음주운전 사고 후 시신을 유기한 뉴스를 아빠와 함께 본 기억이 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 나쁘다." 라고 어린 나는 말했다. 이 상황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 건, 아빠의 인상적인 대답 때문이다. "그런데 아빠도 저런 상황이 오면 어떨지 몰라. 사람들은 급박한 상황에 몰리면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거든" '당연히 경찰에 신고해야지' 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던 아빠의 입에서 나온 발언으로 어린 나는 적잖히 충격을 먹었고, 아빠가 술 드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절부절이 되곤했다. 초딩의 나는 어떻게든 아빠의 음주를 말렸고, 어두운 길이나 험한 길을 운전할 때면 오들오들 떨곤 했다. (그러고보니 이 때부터 차를 무서워했네. 아직 무면허) 나는 이제 아빠의 말을 '어느정도' 이해한다. 그래서 '괴물'이 될까봐 두려워 '괴물'이 되어버린 가장의 심리에 많이 공감했다. (그렇다고 옹호하는건 아니다. 읽으며서 백번넘게 '자수해!!!'를 맘 속으로 외쳤다')

정유정 장르와 소설이 지닌 몰입도를 느낄 수 있는 책